일간검경

<오복 시리즈> 1화. 법조인의 시선으로 본 의뢰인의 진정한 오복

법정에서 나이 들어가며 지켜야 할 삶의 가치

논설위원 최민규 | 기사입력 2024/10/18 [17:33]

<오복 시리즈> 1화. 법조인의 시선으로 본 의뢰인의 진정한 오복

법정에서 나이 들어가며 지켜야 할 삶의 가치
논설위원 최민규 | 입력 : 2024/10/18 [17:33]

 

 

 


 

 

법조인의 눈으로 본 삶과 법 

 

 

전통에서 오복(五福)은 단순한 행복의 조건을 넘어서, 인간이 평생을 바쳐 쫓아야 할 궁극적인 목표를 상징한다. 

이 오복은 단순히 물질적이거나 눈에 보이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삶의 질을 좌우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결정짓는 필수적인 요소들이자, 많은 이들이 잃어버리고 나서야 그 가치를 깨닫게 되는 것들이다. 하지만 나는 법조인으로서 그들의 삶을 목격하면서, 오복이 단지 전통적인 틀에 머물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의뢰인들의 삶을 면밀히 들여다볼 때, 그들이 추구하는 복은 더 본질적이고 처절하다. 

단순한 형식이 아닌, 치열하게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진정한 인간의 복을 다시 생각해 본다.

오복의 전통적 의미를 먼저 살펴보자. 

 

 

첫 번째는 수(壽), 즉 장수다. 

 

오랜 세월을 살아남는 것, 그것은 단지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건강과 품위 있게 나이 들어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장수이다. 하지만, 많은 의뢰인들은 사건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필사적인 몸부림을 보인다. 

 

법정에서 나이 들어가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이는 단순히 살아남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의뢰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단지 육체적인 생명 연장이 아니다. 그들이 갈망하는 것은 사건 속에서 자신의 존재와 존엄을 끝까지 지켜내는 것이다. 그들의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법정에서 사투를 벌이며 스스로를 지켜내는 것이 바로 그들의 '장수'다. 살아 있다는 것이 단순히 숨 쉬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듯, 그들에게 있어 진정한 장수는 자신의 삶과 가치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부(富)다. 

재물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자,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다. 하지만, 법적 갈등 속에서 드러나는 재물의 의미는 더 비참하다. 

부유함은 그들이 바라는 이상이지만, 그들의 재산은 갈등의 한가운데에서 피로 물든다. 

부는 더 이상 물질적 가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들의 삶 속에서 부란 자신의 존재와 존엄을 지켜낼 수 있는 힘이며, 그것을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 번째는 강녕(康寧)이다. 

신체적, 정신적 건강과 평화가 조화를 이룬 상태, 그들은 그것을 원하지만, 법정에 서 있는 순간 이미 그 평화는 깨어졌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단지 신체적 건강이 아니다.

법정에서 의뢰인들이 원하는 것은 그들이 잃어버린 평화, 즉 마음의 평정이다. 하지만 사건 속에서 드러나는 것은 평화가 아니라, 날카로운 분노와 집착이다.

 

 

 

네 번째는 유호덕(攸好德)이다. 

덕을 쌓는다는 것은 의뢰인들 사이에서 점점 더 보기 드문 일이다. 

그들은 덕을 쌓는 것이 아닌, 상대를 꺾고 이기는 것에 더 집중한다. 

덕을 논하는 것은 법조인으로서 이상적일지 몰라도, 그들이 마주한 현실 속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싸움이 덕보다 더 중요한 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정에서 그들의 얼굴을 보면, 그들이 잃어버린 덕과 인간성을 되찾기 위한 갈망이 드러난다.

 

 

마지막으로, 고종명(考終命)이다.

자연스럽게 죽는 복이다.

이 복은 의뢰인들에게 더없이 멀게 느껴진다. 갑작스럽고 비극적인 사건들, 예기치 못한 죽음의 그림자가 그들의 삶을 엄습한다.

법정에서 나는 이 복이 단지 신체적 죽음을 넘어서, 그들이 삶을 어떻게 마무리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문제라는 것을 깨닫는다. 많은 의뢰인들이 사건 속에서 자신이 잃어버린 삶의 의미를 되찾으려 하지만, 그 마무리는 결코 쉽지 않다.

 

이제, 현대적 관점에서 신체의 오복을 살펴보면, 눈, 청력, 치아, 배설, 그리고 다리라는 다섯 가지 중요한 신체 기능이 있다.

이 신체의 오복은 의뢰인들이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기본 조건이다.

사건 속에서 그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를 흘리고 있다. 그들의 눈은 더 이상 맑지 않고, 귀는 타인의 목소리에 닿지 않는다.

그들의 삶은 균형을 잃고, 치열한 싸움 속에서 자신의 신체적 복을 지키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결국, 전통적 오복과 신체의 오복은 그들이 삶 속에서 마주한 진정한 복을 상징한다. 법정에서

그들이 바라보는 복은 단지 승리나 패배를 넘어서, 자신이 잃어버린 삶의 가치와 존엄을 되찾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그들의 오복은 법정 밖에서의 소소한 행복이 아닌, 법정 안에서의 치열한 삶의 투쟁 속에 있다.

 


 

 

논설위원  최민규

cmg98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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