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의 눈으로 본 삶과 법**전통에서 오복(五福)**은 단순한 행복의 조건을 넘어서, 인간이 평생을 바쳐 쫓아야 할 궁극적인 목표를 상징한다. 오복은 물질적이거나 눈에 보이는 것에 국한되지 않으며, 삶의 질을 좌우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결정짓는 필수적인 요소들이다. 많은 이들이 잃어버리고 나서야 그 가치를 깨닫게 된다. 나는 법조인으로서 그들의 삶을 목격하면서 오복이 단지 전통적인 틀에 머물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의뢰인들의 삶을 면밀히 들여다볼 때, 그들이 추구하는 복은 더 본질적이고 처절하다. 단순한 형식이 아닌, 치열하게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진정한 인간의 복을 다시 생각해 본다. 오복의 전통적 의미를 먼저 살펴보자.
첫 번째 복: 수(壽) - 장수수, 즉 장수는 단지 긴 시간을 살아간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랜 세월을 건강과 품위 있게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장수라 할 수 있다. 법정에서 의뢰인들이 보여주는 필사적인 투쟁은 단순한 생명 연장의 의미를 넘어서 있다. 그들이 법정에서 싸우는 것은 자신의 존엄과 존재를 지키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어느 한 의뢰인은 수년간의 법적 갈등 속에서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으며, 그의 장수는 단순히 숨을 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와 자존감을 지키는 투쟁이었다. 진정한 장수란 자신의 삶과 가치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지켜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복: 부(富) - 재물재물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본적인 수단이자,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이다. 하지만 법적 갈등 속에서의 재물은 종종 피로 물든 전장과 같다. 재산은 분쟁의 중심에서 갈등을 증폭시키며, 그 속에서의 부는 물질적인 가치뿐 아니라 자신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권력으로 변화한다. 재산 분쟁으로 소송을 벌이던 한 의뢰인은 법적 승패에 따라 자신의 미래가 결정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에게 부란 단순한 돈이 아니라,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필수적인 방패이자 무기였다.
세 번째 복: 강녕(康寧) - 건강과 평화강녕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과 평화가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러나 법정에 서 있는 순간, 의뢰인들이 갈망하던 평화는 이미 깨진 상태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단순한 신체적 건강이 아닌, 법적 갈등을 넘어선 마음의 평정이다. 한 의뢰인은 명예훼손 사건으로 인해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었으며, 그가 원하는 것은 사건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잃어버린 평화와 명예를 되찾는 것이었다. 하지만 법정에서 나타나는 것은 날카로운 분노와 고통의 목소리일 뿐이다.
네 번째 복: 유호덕(攸好德) - 덕을 쌓는 것덕을 쌓는다는 것은 전통적으로 큰 복으로 여겨졌으나, 오늘날의 법정에서는 덕을 쌓기보다는 상대를 이기고 꺾는 것이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다. 덕을 논하는 것은 법조인으로서 이상적일 수 있으나, 실제 의뢰인들에게 덕은 현실적인 생존과는 동떨어진 개념으로 느껴진다. 한 기업의 소송을 대리한 의뢰인은 상대방의 악의를 증명하는 데 집중했으며, 그 과정에서 덕을 쌓기보다는 전략적으로 사건을 이끌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인간성을 되찾고자 하는 갈망이 묻어나곤 한다.
다섯 번째 복: 고종명(考終命) - 자연스러운 죽음고종명, 즉 자연스럽게 죽는 복은 법정에서 사건을 마주한 많은 의뢰인들에게 더없이 멀게 느껴진다. 갑작스럽고 비극적인 사건들이 그들의 삶을 침범하고, 그 속에서 그들은 자신이 잃어버린 삶의 의미를 되찾으려 한다. 한 사건에서 가족의 죽음으로 소송을 진행하던 의뢰인은 법정에서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아픔을 털어놓았고, 그에게 고종명은 단순히 생명의 끝이 아니라 삶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에 대한 깊은 고민을 상징했다.
현대적 시각에서 본 신체의 오복전통적 오복에 더해, 현대적 시각에서 신체의 오복은 눈, 청력, 치아, 배설, 다리라는 다섯 가지 중요한 신체 기능을 포함한다. 이 신체의 오복은 의뢰인들이 법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기본적인 조건이다. 한 교통사고 피해자는 청력을 잃고, 치아와 다리의 손상을 입었지만 법정에서 자신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싸웠다. 그에게 신체적 복은 단지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법적 정의를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산이었다.
결국, 전통적 오복과 신체의 오복은 그들이 삶 속에서 마주한 진정한 복을 상징한다. 법정에서 그들이 추구하는 복은 단지 승리나 패배의 문제가 아닌, 자신이 잃어버린 삶의 가치와 존엄을 되찾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그들의 오복은 법정 밖에서의 소소한 행복이 아닌, 법정 안에서의 치열한 삶의 투쟁 속에 존재한다.
다음화 예고 <오복 시리즈> 2화. 법조인의 시선, 장수(長壽)의 눈
논설위원 최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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