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시작, 그리고 그 뒤에 숨은 흐름 

모든 법적 분쟁은 얽히고설킨 인간관계 속에서 태어난다.

의뢰인들은 인터넷 광고를 보고, 지인의 추천을 듣고, 심지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무성한 소문을 접하면서 변호사와 상담을 시작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담의 일부는 그저 표면일 뿐이다.

전화 한 통으로 성사되는 사건이 있는가 하면, 무게감 있는 사건들은 결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법적 분쟁의 크기와 성격에 따라, 변호사 선택은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고도의 법적 전문성, 그리고 사건의 복잡한 구조를 이해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산부인과 환자가 내과를 찾아갈 수 없는 것처럼, 사건에도 적재적소의 법률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뒤에서 그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이들이 바로 사건 중계인이다.

법조타운의 그늘, 사건 중계인들의 거래

법조타운은 단순한 법률의 중심지가 아니다. 이곳은 그 너머로, 법적 거래의 암암리에 일어나는 공간이다.

사건 중계인들—일종의 법률 브로커들—이 존재하는 세계가 바로 그 이면이다.

이들은 사건을 주고받으며, 가장 적합한 변호사와 의뢰인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들의 무대는 화려하지 않다.

조용한 카페, 어둑한 당구장, 그리고 종종 비밀스러운 술자리에서 사건의 향방이 결정된다. 사건 중계인들은 단순한 정보를 주고받는 이들이 아니라, 사건의 진정한 무게와 중요성을 감지하고, 그에 맞는 법률 전문가를 선택하는 데 있어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다.

중대한 사건일수록, 사건의 성격에 맞는 적합한 변호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사건은 단순한 법률 지식만으로 해결되지 않으며, 그 이면에는 정치적, 사회적 맥락과 더불어 인간관계의 복잡한 역학 관계가 숨어 있다. 사건 중계인들은 이러한 복잡한 상황을 한 발 앞서 분석하고, 그에 맞는 법조인을 찾아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그들의 역할은 마치 의사가 환자를 정확히 진단하고 맞춤형 치료법을 제시하는 것과 같다.

특히 국장들이 주목하는 것은 법조인, 즉 담당 변호사에 대한 세심한 평가다.

이들은 마치 프로야구 선수들의 백데이터처럼 면밀한 정보를 갖추고 있다. 변호사의 성향과 성격, 유사 사건 해결 방식, 수임료 범위는 물론, 재판부 판사와의 연수원 기수와 인간관계까지 철저히 파악한다. 또한, 사건의 성격에 따라 국장들에게 주는 통칭 "뽓지"의 수준, 변호사의 개업 연도, 전직 검사 시절의 전문 분야와 같은 세부적인 이력까지 면밀히 분석한다. 이처럼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국장들은 사건에 가장 적합한 법률 전문가를 연결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수임료와 성공보수를 정하는 과정은 결코 정교하지 않다.

사건이 중계인들의 손에 넘어가면, 수임료는 여러 단계로 분할되어 각자의 몫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착수금이 5천만 원이고 성공보수가 1억 원인 경우, 국장들에게 배당되는 금액(뽓지)은 보통 각각 30% 정도다. 그러나 그 30%도 국장들의 손을 거치며 5%, 10%, 때로는 20%까지 중계인들이 떼어가는 일이 흔하다. 결국 로펌에 돌아가는 몫은 통상 70%이지만, 상황에 따라 50%로 줄어들기도 한다. 사건은 이렇게 수많은 손길을 거치며 거래되면서, 본래의 가치와 목적이 퇴색되기도 한다.

이러한 거래는 법조계 내에서 일종의 '공공연한 비밀'로 자리 잡고 있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누구도 명확히 드러내지 않는 현실이다. 사건 중계인들의 세계는 그렇게 음지에서 번성해 왔다. 이들은 단순한 중개인이 아니다. 많은 경우 경찰 출신, 검찰 수사관 출신, 기업의 고위직 출신, 혹은 행정기관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이들이 사건의 흐름을 좌우하고 있다. 그들의 전문성은 사건 해결의 성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이 때문에 로펌들은 이러한 중계인들을 영입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수억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사건 수임료를 좌지우지하는 그들은, 법조타운의 숨겨진 권력자들이다.

정의와 상업화, 그 경계에서의 싸움

그러나, 그들의 거래는 합법적인가? 

이 질문은 법조계의 도덕적, 윤리적 책임을 묻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진다. 법적 사건은 거래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법은 그 자체로 정의를 실현하는 도구이지, 상업화된 상품이 아니다. 그러나 오늘날 법조타운 교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은 상업화의 늪 속으로 깊이 빠져들고 있다. 정의를 실현해야 할 법률 시스템은 사건 중계인들의 손을 거쳐 변질되고, 그 본질을 잃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 중계인들의 영향력은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다.

로펌은 이들의 손을 잡고 사건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고, 의뢰인들은 사건 해결을 위해 이들에 의존한다. 일부 로펌에서는 ‘복 있는 변호사는 국장을 잘 만나야 한다’는 말이 통용된다. 이는 중계인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이제 법조타운 서초동은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이곳에서 정의는 상업화의 유혹과 맞서 싸우고 있으며, 사건 중계인들의 손에서 법의 윤리와 본질이 흔들리고 있다. 법조타운이 진정한 정의의 요람이 될 것인가, 아니면 상업화된 법률 시장의 상징으로 남을 것인가는, 결국 그곳에서 일하는 법조인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 선택은 쉽지 않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법조타운이 법의 이름 아래서 사회적 공익을 실현하는 장소로 남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사건 중계인들의 거래가 법을 흔들지 않도록, 이제는 그들의 영향력을 냉정하게 바라볼 때다. 법조타운의 운명은 그곳을 지켜보는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 있다.

논설위원  최민규

cmg983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