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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최민규>1화. 나쁜 변호사는 없다, 나쁜 의뢰인이 있을 뿐이다

논설위원 최민규 | 기사입력 2024/05/09 [14:43]

<칼럼 최민규>1화. 나쁜 변호사는 없다, 나쁜 의뢰인이 있을 뿐이다

논설위원 최민규 | 입력 : 2024/05/09 [14:43]

나쁜 변호사는 없다, 나쁜 의뢰인이 있을 뿐이다

 

▲ 논설위원 최민규     ©

법률 윤리와 인간 조건에 대한 성찰 

 

-무리한 결과 기대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변호사의 지침 무시, 절차에 협조 않는다

-과도한, 지나친 간섭

-비합리적 의심으로 불신

-사건 해결 후 수수료 지급 회피, 분쟁

 


 

법률의 세계에서 "나쁜 변호사는 없다, 나쁜 의뢰인이 있을 뿐이다"는 주장은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라, 법적 행위와 도덕적 책임 사이의 복잡한 경계를 탐색하는 철학적 고찰이다. 

 

이 주장은 변호사의 역할과 의뢰인의 동기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요구하며, 법률 윤리와 인간 심리의 교차점에서 흥미로운 논의를 제공한다. 

 

-의뢰인을 위한 책임

변호사는 법률적 권리의 수호자로서 의뢰인의 이익을 대변하고 최선의 결과를 도모해야 하는 책임을 지닌다.

 

이러한 책임은 고대 그리스의 소피스트들이 주장한 "각자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것이 정의"라는 개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변호사는 의뢰인의 정보를 바탕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최적의 해결책을 모색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변호사는 때때로 법적 윤리와 개인의 도덕성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변호사가 받는 정보는 의뢰인의 주관적 해석과 욕망에 의해 채색될 수 있으며, 이는 변호사가 직면하는 윤리적 딜레마의 원천이 된다. 

 

-변호사를 도구로 사용하려는 의뢰인

의뢰인의 의도는 복잡한 양상을 띠며, 때로는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법적 경계를 넘나들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은 플라톤이 대화편에서 논의한 "정의로운 삶과 불의한 삶 사이의 선택" 문제를 연상시킨다.

 

의뢰인은 법률 서비스를 소비하는 고객의 위치에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려 변호사를 고용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의뢰인의 요구는 종종 윤리적, 법적 한계를 넘어서게 된다.

 

구체적으로 말해, 일부 의뢰인은 변호사를 단순히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도구로만 인식한다. 이들은 변호사에게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건을 왜곡해 변론하거나, 실제 사실을 부풀려 상대를 압박하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또한, 법적 절차에서 이득을 보기 위해 변호사에게 편법적인 방법을 강요하고, 변호사가 이를 거부할 경우 수임료 반환을 요구하거나, 변호사의 평판을 떨어뜨리는 등 보복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의뢰인의 부당한 요구는 변호사에게 강력한 시험대가 된다.

변호사는 의뢰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동시에 법적 윤리와 진실을 지켜야 하는 이중의 책임을 지닌다.

 

이러한 환경에서 변호사는 의뢰인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고 윤리적 기준을 유지해야 하는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는다. 만약 변호사가 의뢰인의 비윤리적인 요구에 굴복하면, 법적 경계가 무너질 수 있고 사회 전체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따라서 변호사는 이러한 순간에 자신이 지켜야 할 윤리적 자세를 분명히 해야 한다.

의뢰인의 부당한 요구에 맞서 원칙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지만, 변호사는 법률의 수호자로서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 사회적 신뢰를 지켜야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때로 개인적인 불이익과 위협을 감수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변호사의 진정한 가치를 증명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나쁜 변호사로 가는 딜레마

의뢰인의 부당한 요구에 굴복하거나 법을 왜곡하는 행위는 변호사를 나쁜 변호사로 만드는 주된 요인으로 여겨진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강조한 "목적에 부합하는 수단"이라는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변호사는 자신의 전문성과 윤리적 원칙을 기반으로 의뢰인의 요구를 검토하고, 부당하거나 비합리적인 요구는 거부해야 한다. 

 

그러나 의뢰인의 유혹과 압박에 굴복하면 변호사는 자신도 모르게 윤리적 딜레마에 빠진다. 이러한 딜레마는 변호사가 법률적 윤리 기준을 유지하면서도 의뢰인의 이익을 동시에 보호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복잡한 일인지를 보여준다.

 

특히 법의 수호자로서 변호사는 정당한 절차와 실체적 진실을 추구해야 하는 책임을 지지만, 의뢰인들은 때때로 변호사를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본다.

 

의뢰인은 변호사가 자신을 위해 움직여주길 기대하면서 법적 경계를 넘나드는 요구를 서슴지 않는다.

 

변호사에게 이러한 요구는 전문적인 직업 윤리와 개인의 양심을 시험하는 순간이 된다. 특히 신념이 약하거나 경험이 부족한 변호사는 이런 상황에서 쉽게 좌절하거나 잘못된 길을 선택할 수 있다.

 

의뢰인과 변호사의 상호작용에서 생기는 이러한 역학 관계는 변호사가 나쁜 변호사가 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변호사는 윤리적 기준을 지키면서도 의뢰인의 요구를 현명하게 파악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는 단지 법률 지식뿐 아니라, 인간 심리의 복잡함을 이해하고 법률 시스템에서 진정한 정의를 추구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초보 변호사와 노련한 변호사

 

변호사들이 의뢰인과의 관계에서 겪는 도전과 역경은 경험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경험이 부족한 변호사는 나쁜 의뢰인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초보 변호사는 모든 사건을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의뢰인과의 짧은 상담으로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의뢰인의 주관적 진술과 제공된 증거만으로 사건을 파악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수반한다. 

 

반면 노련한 변호사는 나쁜 의뢰인의 행동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

 

상담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의뢰인의 태도, 말투, 증거 진술의 방향 등을 통해 사건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노련한 변호사는 의뢰인의 요구가 법적 한계를 넘어섰다고 판단되면 이를 지혜롭게 대처하는 전략을 취하며, 수임료 계산이나 상담 시간을 제한해 이러한 사건으로 인한 위험을 최소화한다. 

 

특히, 착수금과 성공보수를 정할 때 의뢰인의 나쁜 태도가 감지되면 성공보수를 배제하거나, 착수금 자체를 줄여 사건 결과에 대한 책임의 범위를 의뢰인에게 명확히 하기도 한다. 이로써 의뢰인이 사건의 결과를 현실적으로 기대하도록 유도하며, 동시에 의뢰인이 법을 오해하지 않도록 돕는다. 

 

때로는 사건의 중대한 부분을 특별히 강조하여 전체적인 비중에 대한 의뢰인의 기대치를 축소하고, 수임료를 현실적으로 조정한다.

 

이를 통해 의뢰인이 자신의 주장을 임의로 판결하는 대신, 법적 해석에 따른 현실적인 기대치를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어렵고도 중요하다.

 

의뢰인이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묘사된 변호사의 잘못된 기술적 표현을 현실에서도 그대로 적용하려고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의뢰인이 자신의 기대치와 법적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도록 안내해야 한다. 변호사는 의뢰인이 자신의 주장을 임의로 판결하려는 태도를 바로잡고, 사건에 대한 법적 해석을 이해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를 통해 변호사는 의뢰인이 법적 절차에 대한 현실적인 인식을 갖게 함으로써, 의뢰인이 나쁜 결과에 대해 변호사를 탓하거나 불합리한 요구를 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다. 

 

-법조계의 헌법적 권리와 변호사의 역할

법조계는 누구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헌법적 원칙을 존중한다.

 

변호사가 흉악범을 변호했다고 해서 '나쁜 변호사'로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반()법치적 발상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입장이다.

 

변호사는 특정 사건에 대한 악의적인 이미지를 이용한 여론 재판에 흔들리지 않고 실체적 진실을 추구하며, 모든 사건을 편견 없이 변호해야 한다.

 

또한 변호사협회는 모든 변호사에게 윤리 규약을 엄격하게 준수할 것을 요구한다.

 

변호사 윤리규약 제161항에는 "변호사는 의뢰인이나 사건의 내용이 사회 일반으로부터 비난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수임을 거절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헌법 제12조는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률 시스템과 신뢰의 기반

 

변호사와 의뢰인의 관계는 서로 의존적이기 때문에,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의뢰인이 변호사를 믿고 협조적인 태도를 보여야만, 변호사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의뢰인을 대할 수 있다. 이러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변호사와 의뢰인은 법률 시스템에 기여할 수 있다. 

 

법률 시스템이 신뢰받으려면 변호사와 의뢰인 모두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변호사는 실체적 진실을 명확히 제시하며, 의뢰인은 변호사에게 진솔한 정보를 제공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의뢰인이 제공하는 자료와 증거는 사건의 정확한 사실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며, 변호사는 이를 토대로 법적 절차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이 협업을 통해 공정한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 

 

나쁜 변호사나 나쁜 의뢰인을 놓고 벌어지는 논쟁보다는, 변호사와 의뢰인이 함께 법률 시스템의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며 공정한 재판을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변호사는 자신이 맡은 역할에 충실하고, 의뢰인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는 성숙한 자세를 갖춰야 한다.

 

법치주의는 모든 이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변호사와 의뢰인 모두에게 공정한 재판의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기반이다. 

 

변호사는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전문가로서 의뢰인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의뢰인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변호사를 부당하게 이용해서는 안 되고, 변호사는 의뢰인의 요청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균형이 이뤄질 때, 법률 시스템은 그 진정한 가치를 실현하고 신뢰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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