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검경

<충격, 칼럼 최민규>욕망의 미로, 다단계 사기와 인간 본성의 역설

끝없는 유혹의 늪, 현대사회의 아킬레스건, 다단계 사기의 심층 분석

논설위원 최민규 | 기사입력 2024/07/30 [12:01]

<충격, 칼럼 최민규>욕망의 미로, 다단계 사기와 인간 본성의 역설

끝없는 유혹의 늪, 현대사회의 아킬레스건, 다단계 사기의 심층 분석
논설위원 최민규 | 입력 : 2024/07/30 [12:01]


 

 

인류의 역사는 욕망과 이성 사이의 끊임없는 줄다리기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인간의 영혼을 이성, 기개, 욕구로 나누었고,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중용의 미덕을 강조했다.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는 여전히 이 근본적인 질문 앞에 서 있다.

 

우리는 과연 욕망을 통제할 수 있는가?

최근 한국 사회를 뒤흔든 대규모 다단계 사기 의혹 사건들은 이 오래된 질문에 새로운 맥락을 부여한다.

 

-  와콘 사건(피해 규모 의혹 약 6,000억 원) (연합뉴스, 2024.07.24)

-  V글로벌 사건(피해 규모 추정 약 2조 원) (한국경제, 2023.11.15)

-  제이트레이딩 사건(피해 규모 의혹 약 4,000억 원) (조선비즈, 2023.09.30)

 

몇 년간 발생한 대형 다단계 사기 의혹 사건들은 단순한 범죄를 넘어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연간 200-300건에 달하는 다단계 사기 관련 기소가 이루어지고 있어, 이 문제가 결코 일회성이 아님을 보여준다. (금융감독원 보도자료, 2024.03.15)

 

그렇다면 왜 반복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기에 끊임없이 빠지는 걸까?

단순히 개인의 어리석음이나 탐욕으로 치부할 수 없는, 더 깊은 철학적, 사회학적, 심리학적 질문을 던저본다.

 

첫째,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고 있다.

폴란드 출신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이 말한 '액체 근대(Liquid Modernity)'의 시대에, 모든 것이 유동적이고 불안정하다.

 

평생 직장의 개념은 사라졌고,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일자리를 위협한다.

이런 상황에서 안정된 미래에 대한 갈망은 더욱 강해집니다. 고수익 투자의 약속은 이런 불안을 잠재우는 달콤한 유혹이 된다.

다단계 사기꾼들은 이런 시대적 불안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

 

둘째,  '합리적 행위자'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그의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2011)에서 지적했듯, 인간의 의사결정은 항상 합리적이지 않다.

  

확증 편향, 손실 회피 성향, 앵커링 효과 등 다양한 인지적 오류에 취약하다. 이런 인지적 오류들은 다단계 사기에 빠지기 쉬운 심리적 조건을 만든다.

 

셋째, 공동체의 붕괴와 개인주의의 심화는 '신뢰'의 대상을 변화시켰다.

독일의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이 제시한 '시스템 신뢰' 개념처럼, 현대인들은 개인보다는 시스템을 신뢰하려 한다.

가상화폐나 AI 같은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사기가 성행하는 이유다. 블록체인 기술이나 AI 알고리즘의 복잡성은 일반인들에게 신비감을 주고, 이는 맹목적 신뢰로 이어진다.

 

넷째, '성공'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

영국의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이 말했듯, 현대 사회의 '지위 불안(Status Anxiety)'은 우리를 끊임없는 성공의 추구로 내몬다.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타인의 성공이 더욱 가시화되면서, 이런 불안은 더욱 심화된다.

다단계 사기는 이런 불안을 교묘히 이용하며, '성공한 투자자'의 이미지를 내세워 피해자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다섯째, '공동체적 책임'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독일 출신의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제시한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 개념처럼, 다단계 사기의 가해자와 피해자는 때로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피해자였던 사람이 나중에는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는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모두가 이 시스템의 일부일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여섯째, 교육의 중요성을 재인식해야 한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교육받은 마음은 교육받지 않은 마음과 마찬가지로 자연의 산물이지만, 교육을 통해 그 자연은 변화한다"고 말했습니다. 금융 교육, 비판적 사고 교육은 다단계 사기 예방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이런 실질적인 삶의 기술을 가르치는 데 미흡합니다.

 

마지막으로, '느림의 미학'을 배워야 한다.

독일의 사회학자 하르트무트 로자는 현대 사회의 가속화를 비판하며 '공명의 세계'를 제안했다.

빠른 성공과 즉각적인 결과를 추구하는 현대인의 태도가 다단계 사기의 온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성장하는 삶의 가치를 재발견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다단계 사기 문제는 단순한 법적 규제나 처벌 강화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우리 사회의 가치관, 교육 시스템, 그리고 경제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가 필요한 문제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처럼, 우리는 욕망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진정한 지혜를 추구해야 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는 그의 저서 "시간과 타자"(1947)에서 "윤리는 광학이 아니라 청각이다"라고 말했다.

눈앞의 이익에 현혹되지 말고,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고, 그것이 바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 비극적인 순환을 끊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끝...


 

 

인간검경

주필 최민규

cmg98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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